뇌와 습관

파워 포즈 2분이면 자신감이 생길까 — 같은 연구를 두고 갈라선 세 사람의 입장

thinknavi 2026. 10. 23. 17:16

면접 직전 화장실에서 두 팔을 V자로 벌리고 2분 동안 서 있기. 한때 면접 팁, 발표 요령 글마다 빠지지 않던 '파워 포즈'입니다.

 

이 조언의 뿌리는 2010년 논문 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이야기는 결과보다 사람을 따라갈 때 더 잘 보입니다. 같은 연구에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이 정반대 입장에 섰고, 그 사이에 다시 실험해 본 연구자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람: 논문의 제1저자, 데이나 카니

2010년의 입장 — "자세가 호르몬을 바꾼다"

데이나 카니(Dana Carney)는 에이미 커디(Amy Cuddy), 앤디 얍(Andy Yap)과 함께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 42명 중 절반은 몸을 크게 펼치는 자세 두 가지를 1분씩 취했습니다. 책상에 발을 올리고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는 자세, 책상을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팔다리를 웅크린 움츠린 자세를 취했습니다.

 

자세 전후로 침을 받아 호르몬을 쟀고, 돈을 걸고 주사위를 던질지 고르게 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를 봤습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펼친 자세를 한 사람들은

  • 테스토스테론(지배성과 관련된 호르몬)이 올라가고
  • 코르티솔(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이 내려가고
  • 돈을 거는 쪽을 더 많이 택했고
  • 스스로 더 힘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2분짜리 자세로 몸속 화학이 바뀐다는 결과였습니다.

2016년의 입장 — "나는 이 효과가 실제라고 믿지 않는다"

6년 뒤, 카니는 자신의 웹페이지에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요지는 분명했습니다. 자신은 더 이상 파워 포즈 효과가 실제라고 믿지 않으며, 다른 연구자들도 이 효과를 연구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원래 연구의 문제도 스스로 밝혔습니다. 표본이 작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잘 나오는 쪽으로 선택한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연구자가 자기 대표 논문을 직접 부정하는 일은 드뭅니다. 이 글은 심리학계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두 번째 사람: 이 연구를 세상에 알린 에이미 커디

2012년의 입장 — "몸이 마음을 만든다"

에이미 커디는 2012년 이 연구를 바탕으로 TED 강연을 했습니다. 몸짓이 남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도 바꾼다는 내용이었고, 강연은 TED 역사상 가장 많이 본 강연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이후 책도 나왔습니다. '파워 포즈'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건 이때부터입니다.

2018년의 입장 — "적어도 느낌은 바뀐다"

카니의 글 이후에도 커디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2018년 동료들과 함께, 자세가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55편을 모아 분석한 논문을 냈습니다. 결론은 이 연구들 전체로 보면 자세가 '힘이 있다는 느낌'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입장에서 눈여겨볼 점은 주장의 범위가 좁아졌다는 것입니다. 호르몬 변화나 위험 감수 행동이 아니라, 주로 '스스로 느끼는 힘'에 대한 주장입니다.

세 번째 무리: 다시 실험해 본 연구자들

2015년 — 다섯 배 큰 실험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에바 라네힐(Eva Ranehill) 등은 200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원래 연구의 다섯 배 가까운 규모입니다. 실험자가 누가 어느 자세를 했는지 모르게 해서, 실험자의 기대가 결과에 섞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측정한 것 2010년 원 연구 2015년 재현
테스토스테론 올라감 차이 없음
코르티솔 내려감 차이 없음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 늘어남 차이 없음
스스로 느끼는 힘 늘어남 늘어남

 

네 가지 중 재현된 것은 하나, 스스로 느끼는 힘뿐이었습니다.

2017~2019년 — 남은 하나를 두고

커디의 2018년 분석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왔습니다. 그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 상당수는 펼친 자세를 평소 자세와 비교한 게 아니라 움츠린 자세와 비교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차이가 나더라도, 펼친 자세가 힘을 준 것인지 움츠린 자세가 힘을 빼앗은 것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마커스 크레데(Marcus Credé)는 이 점을 짚으며, 분석에 쓰인 연구 대부분이 평소 자세와의 비교를 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2017년에는 다른 연구자들(Simmons & Simonsohn)이 30여 편을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 효과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세 입장을 겹쳐 보면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겹쳐 보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 호르몬이 바뀐다는 주장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커디의 2018년 분석도 호르몬이 아니라 느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위험 감수 같은 행동이 바뀐다는 주장도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 '힘이 있다는 느낌'은 자세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변화가 펼친 자세 덕인지, 움츠린 자세를 피한 덕인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면접 전에 V자를 해야 할까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2분 동안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 있고, 그 정도의 효과는 연구들도 완전히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몸속 화학을 바꿔 실력을 끌어올리는 비법으로 기대한다면, 그 부분은 근거가 사라졌습니다. 면접을 바꾸는 건 결국 준비한 내용입니다. 예상 질문에 소리 내어 답해 보는 연습이, 화장실의 2분보다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어쩌면 자세가 아니라, 자기 논문을 스스로 다시 본 제1저자의 짧은 글일지도 모릅니다.

참고한 연구와 자료

  • Carney, D. R., Cuddy, A. J. C. & Yap, A. J. (2010). Power posing: Brief nonverbal displays affect neuroendocrine levels and risk tolerance. Psychological Science, 21(10), 1363–1368.
  • Ranehill, E., Dreber, A., Johannesson, M., Leiberg, S., Sul, S. & Weber, R. A. (2015). Assessing the robustness of power posing: No effect on hormones and risk tolerance in a large sample of men and women. Psychological Science, 26(5), 653–656.
  • Carney, D. R. (2016). My position on "Power Poses". (저자 웹페이지 게시글)
  • Simmons, J. P. & Simonsohn, U. (2017). Power posing: P-curving the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28(5), 687–693.
  • Cuddy, A. J. C., Schultz, S. J. & Fosse, N. E. (2018). P-curving a more comprehensive body of research on postural feedback reveals clear evidential value for power-posing effects. Psychological Science, 29(4), 656–666.
  • Credé, M. (2019). A negative effect of a contractive pose is not evidence for the positive effect of an expansive pose: Comment on Cuddy, Schultz, and Fosse (2018). Meta-Psychology,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