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습관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할까 — 유전자, 나이, 학교 시간 실험이 말하는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thinknavi 2026. 10. 16. 09:56

2003년 무렵 한국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메시지였고, 새벽 기상 모임과 '미라클 모닝' 같은 유행이 그 뒤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에는 머리가 멍하고, 밤이 되어야 정신이 또렷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의지가 약한 걸까요.

 

연구는 이 질문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나눠서 봅니다.

바꾸기 어려운 것 ① 유전자

사람마다 잠들고 깨기 편한 시간대가 다른데, 이것을 '크로노타입(생체 시간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2019년 영국 엑서터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약 7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아침형·저녁형 경향과 관련된 유전자 위치를 351곳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유전적 차이가 실제로 손목 활동량 측정기로 잰 수면 시간대와도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아침형·저녁형은 상당 부분 타고나는 성향입니다. 저녁형인 사람이 아침에 힘든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몸의 시계가 조금 늦게 맞춰져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바꾸기 어려운 것 ② 나이

같은 사람도 나이에 따라 시계가 움직입니다. 대체로 10대 중후반에 가장 늦어졌다가, 나이가 들면서 다시 아침 쪽으로 옮겨 갑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려는 10대의 경향은 생활 습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기 몸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이걸 보여 준 사례가 미국 시애틀입니다. 시애틀 교육청은 2016~2017학년도에 고등학교 등교 시간을 오전 7시 50분에서 8시 45분으로 늦췄습니다. 워싱턴 대학 연구팀이 학생들의 수면을 측정해 보니, 학교에 다니는 날 수면 시간이 하루 약 34분 늘었고, 한 과목의 성적 중간값이 약 4.5% 올랐으며 출석도 좋아졌습니다.

 

학생들을 억지로 일찍 재우는 대신, 몸의 시계에 맞춰 학교 시간을 옮겼더니 나아진 경우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 시간을 맞추기

크로노타입을 통째로 바꾸기는 어렵지만, 무엇을 언제 할지는 고를 수 있습니다.

 

1993년 메이(May)와 해셔(Hasher) 등은 아침에 강한 경향이 있는 노인들과 저녁 쪽으로 기운 젊은이들의 기억력을 시간대를 바꿔 가며 비교했습니다. 오후 늦게 시험하면 노인들의 기억력이 젊은이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노인들에게 좋은 시간인 아침에 시험하자 그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자기 시계에 맞는 시간에 더 잘 해낸다는 이 현상을 연구자들은 '동기화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후 연구들을 보면 이 효과는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고, 아침형·저녁형 성향이 뚜렷한 사람에게서, 그리고 집중력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에서 더 잘 드러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할까

정리하면, 연구가 권하는 건 "모두 아침형이 되라"가 아니라 "내 시계를 알고 거기에 맞춰라"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저녁형이라면

  • 억지로 새벽 기상을 하며 잠을 줄이지 마세요. 줄어든 잠은 밤샘 공부 글에서 다룬 것처럼 기억과 판단을 떨어뜨립니다.
  • 가장 머리를 써야 하는 공부나 일은 오후 늦게부터 저녁 사이로 옮길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 아침에는 정리, 메일 확인처럼 덜 까다로운 일을 배치합니다.

 

당신이 아침형이라면

  • 오전의 맑은 시간을 메시지 확인 같은 잡무에 쓰지 말고, 가장 어려운 일에 쓰세요.
  • 저녁 늦게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새로운 걸 외우는 건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 일주일 동안 휴일 기준으로,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졸린 시간과 깨는 시간을 적어 보세요. 그 시간대가 대략 당신의 시계입니다.
  • 대부분의 사람은 아주 뚜렷한 아침형이나 저녁형이 아니라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대보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성공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시계가 새벽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같은 방법을 따라 하려면 그 사람의 시간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시계를 잘 썼다는 점을 따라 하는 편이 맞습니다.

근거가 된 연구

  • Jones, S. E. et al. (2019). Genome-wide association analyses of chronotype in 697,828 individuals provides insights into circadian rhythms. Nature Communications, 10, 343.
  • Dunster, G. P. et al. (2018). Sleepmore in Seattle: Later school start times are associated with more sleep and better performance in high school students. Science Advances, 4(12), eaau6200.
  • May, C. P., Hasher, L. & Stoltzfus, E. R. (1993). Optimal time of day and the magnitude of age differences in memory. Psychological Science, 4(5), 326–330.
  • May, C. P., Hasher, L. & Healey, K. (2023). For whom (and when) the time bell tolls: Chronotypes and the synchrony effec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