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습관 12

파워 포즈 2분이면 자신감이 생길까 — 같은 연구를 두고 갈라선 세 사람의 입장

면접 직전 화장실에서 두 팔을 V자로 벌리고 2분 동안 서 있기. 한때 면접 팁, 발표 요령 글마다 빠지지 않던 '파워 포즈'입니다. 이 조언의 뿌리는 2010년 논문 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이야기는 결과보다 사람을 따라갈 때 더 잘 보입니다. 같은 연구에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이 정반대 입장에 섰고, 그 사이에 다시 실험해 본 연구자들이 있었습니다.첫 번째 사람: 논문의 제1저자, 데이나 카니2010년의 입장 — "자세가 호르몬을 바꾼다"데이나 카니(Dana Carney)는 에이미 커디(Amy Cuddy), 앤디 얍(Andy Yap)과 함께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 42명 중 절반은 몸을 크게 펼치는 자세 두 가지를 1분씩 취했습니다. 책상에 발을 올리고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는 자세, 책상을..

뇌와 습관 2026.10.23

의지력은 쓰면 닳는다? — 무와 쿠키 실험, 그리고 5,600명이 다시 해 본 결과

1990년대 미국의 한 심리학 실험실. 참가자는 맛 지각을 알아보는 실험이라는 안내와 함께, 한 끼를 거르고 오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방에 들어서자 갓 구운 초콜릿 쿠키 냄새가 납니다. 탁자 위에는 쿠키 접시와 초콜릿, 그리고 그 옆에 무 한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연구자가 말합니다. "당신은 무를 드시는 조건입니다. 쿠키는 드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방을 나갑니다.1998년, 실험실에서 벌어진 일이 실험은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이끈 연구팀이 1998년에 발표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세 무리로 나뉘었습니다.무 조건: 쿠키를 앞에 두고 무만 먹어야 했습니다. 유혹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쿠키 조건: 쿠키와 초콜릿을 먹었습니다. 참을 필요가 없었습니다.음식 없음: 음식 단계..

뇌와 습관 2026.10.21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할까 — 유전자, 나이, 학교 시간 실험이 말하는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2003년 무렵 한국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메시지였고, 새벽 기상 모임과 '미라클 모닝' 같은 유행이 그 뒤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에는 머리가 멍하고, 밤이 되어야 정신이 또렷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의지가 약한 걸까요. 연구는 이 질문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나눠서 봅니다.바꾸기 어려운 것 ① 유전자사람마다 잠들고 깨기 편한 시간대가 다른데, 이것을 '크로노타입(생체 시간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2019년 영국 엑서터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약 7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아침형·저녁형 경향과 관련된 유전자 위치를 351곳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유전적..

뇌와 습관 2026.10.16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착각 — 지금 1분만 이 실험을 해 보세요

설명보다 실험이 빠를 것 같습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휴대폰 타이머를 준비해 주세요. 1분이면 됩니다.지금 해 보는 실험1회차. 타이머를 켜고 아래 두 줄을 한 줄씩 차례로 씁니다.첫 줄: 1 2 3 4 5 6 7 8 9 10둘째 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다 쓰면 타이머를 멈추고 시간을 적어 둡니다. 2회차. 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번갈아 가며 씁니다.1 가 2 나 3 다 4 라 … 이렇게 숫자 하나, 글자 하나씩 10번째까지. 역시 시간을 잽니다. 해 보셨다면 거의 틀림없이 2회차가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쓰는 글자 수는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하나, 두 가지 일을 오가는 횟수뿐입니다. 아마 중간에 "다음이 '라'였나 '마'였나" 하고 멈칫한 순간도 있었을 겁니다. 방금 몸으로 느낀 ..

뇌와 습관 2026.10.15

일주일만 알림을 꺼 봤더니 — 실험 세 개로 설계한 '알림 끄기 7일' 따라 하기

회의 중에 주머니 속 휴대폰이 한 번 짧게 울립니다. 꺼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이미 "누구지?"가 떠 있고, 방금 들은 말의 끝부분은 놓쳤습니다. 이 짧은 순간을 실험실에서 잰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 실험 세 개를 바탕으로, 혼자서도 해 볼 수 있는 일주일짜리 알림 끄기 실험을 짜 보았습니다. 연구 결과를 먼저 짧게 보고, 그다음 실험 설계로 넘어가겠습니다.연구자들이 해 본 것실험 1. 알림은 보지 않아도 방해한다.2015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스토사트(Stothart)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시키는 동안 그들의 휴대폰으로 알림을 보냈습니다.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만지지도,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알림을 받은 사람들의 실수가 늘었습니다. 알림 소리나 진..

뇌와 습관 2026.10.13

"사람 집중력 8초, 금붕어보다 짧다"는 그래픽 — 한 줄씩 출처를 확인해 봤습니다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그래픽이 있습니다.2000년 사람의 집중 시간: 12초2013년 사람의 집중 시간: 8초금붕어의 집중 시간: 9초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이 금붕어만도 못하게 됐다는 이 비교는, 강연과 기사와 마케팅 자료에 지금도 자주 등장합니다. 출처로는 대개 '마이크로소프트 연구'가 붙습니다. 이 그래픽을 한 줄씩 확인해 보겠습니다.출처 칸: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이 숫자들이 널리 퍼진 계기는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가 낸 광고 업계용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는 실제로 이 세 숫자가 담긴 그래픽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그래픽의 출처 표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었습니다. '스태티스틱 브레인(Statistic Brain)'이라는 통계 모음 웹사이트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한 조사는..

뇌와 습관 2026.10.11

시험 전날 밤샘, 정말 남는 장사일까 —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뇌에서 벌어지는 일

시험 전날 밤 11시. 범위의 절반이 남았습니다. 잠을 줄이면 남은 절반을 볼 수 있습니다. 산수로만 보면 밤을 새우는 쪽이 이득입니다. 공부 시간이 몇 시간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뇌의 입장에서 그 밤을 따라가 보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시험 전날 밤을 시간 순서대로 걸어가 보겠습니다.밤 11시 — 오늘 낮에 본 것들은 아직 굳지 않았습니다오늘 낮에 공부한 내용은 지금 뇌 속에서 아직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새로 들어온 기억은 처음엔 쉽게 흐트러지고, 시간이 지나며 굳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찰은 꽤 오래됐습니다. 1924년 미국 코넬 대학의 젠킨스(Jenkins)와 달렌바흐(Dallenbach)는 참가자들에게 의미 없는 음절을 외우게 한 뒤, 같은 시간이 지나도 깨..

뇌와 습관 2026.10.07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만 둬도 집중력이 떨어질까 — '브레인 드레인' 연구, 찬반 증거를 저울에 올려 봤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휴대폰은 어디에 있나요? 손에 들려 있거나, 책상 위에 엎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7년에 나온 한 연구는 이 질문을 꽤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휴대폰을 쓰지 않고 그냥 옆에 두기만 해도 머리가 덜 돌아간다는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공부할 땐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라"는 조언의 단골 근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지지하는 증거와 흔드는 증거가 모두 쌓여 있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들으면 판단이 기울기 쉬우니, 양쪽을 따로 모아 저울에 올려 보겠습니다.먼저, 원래 실험은 이랬습니다미국 텍사스 대학의 에이드리언 워드(Adrian Ward) 연구팀은 약 8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뇌와 습관 2026.10.03

마시멜로 실험의 진짜 결말 — "기다린 아이가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뒤집혔나

네 살 아이가 작은 방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간식 하나와 탁상용 종이 놓여 있습니다. 어른은 방을 나가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먹고 싶으면 종을 치렴. 그럼 이거 하나를 먹을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두 개를 줄게." 아이는 간식을 노려보다가, 눈을 가리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한 입 베어 뭅니다. 어떤 아이는 끝까지 버팁니다. 이 장면은 반세기 동안 "어릴 때 참을 줄 아는 아이가 커서 성공한다"는 이야기의 증거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부분이 있습니다.1970년 전후, 스탠퍼드 대학 안의 유치원실험을 설계한 사람은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입니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스탠퍼..

뇌와 습관 2026.10.01

"21일이면 습관이 된다"는 말의 출처 — 실제로 재 본 연구는 66일, 그마저도 중간값일 뿐입니다

"21일만 버티면 습관이 된다." 새해 계획, 다이어트, 운동 앱 광고까지 어디서나 듣는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달력에 21칸을 그리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22일째에도 여전히 힘들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의지가 약한가 봐." 결론부터 말하면 21일은 습관 연구에서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실제로 습관이 자리 잡는 과정을 잰 연구에서는 중간값이 66일이었고,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22일째에 힘든 건 실패가 아니라 원래 그런 단계라는 뜻입니다.1. 21일은 성형외과 의사의 관찰이었습니다21이라는 숫자의 출처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사람은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 맥스웰 몰츠(Maxwell Maltz)입니다. 그는 1960년에 낸 자기계발서 『사이코 사이버네틱스(Psycho-Cybernet..

뇌와 습관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