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의 과학 12

형광펜으로 칠한 만큼 공부가 됐을까 — 같은 문단을 세 번 칠해 보며 확인한 것

시험 기간이 끝난 교과서를 펼쳐 보면, 어떤 페이지는 거의 전부가 노랗습니다. 칠할 때는 분명 중요해 보였습니다. 2013년 미국 심리학자 존 던롭스키(John Dunlosky)와 동료 네 명은 학생들이 흔히 쓰는 공부법 열 가지를 골라, 수백 편의 연구를 바탕으로 쓸모를 매겼습니다. 형광펜 칠하기와 밑줄 긋기는 '효과 낮음'으로 분류됐습니다. 다시 읽기, 요약하기와 같은 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연구를 모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더 섬세해집니다. 형광펜 자체가 쓸모없다기보다,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칠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연습용 문단아래는 이 블로그의 분산 학습 글에 나온 내용을 교과서 문체로 바꾼 문단입니다. 이 문단을 세 사람이 칠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아..

공부법의 과학 2026.10.19

"저는 시각형 학습자라서요" — 학습 스타일이 사실이려면 실험에서 나와야 할 그래프 하나

시각형, 청각형, 운동감각형. 검사지 몇 장을 풀면 내가 어느 쪽인지 알려 주고, 그 유형에 맞춰 공부하라고 합니다. 시각형은 그림과 도표로, 청각형은 강의 녹음으로, 운동감각형은 몸을 움직이며. 교사들도 대부분 이 말을 믿습니다. 2012년 영국과 네덜란드 교사 242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학생은 자기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받을 때 더 잘 배운다"는 문장에 영국 교사의 93%, 네덜란드 교사의 96%가 동의했습니다. 뇌 10% 속설 글에서 인용한 바로 그 조사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뇌 10%'를 믿은 교사는 절반이 안 됐으니, 학습 스타일은 그보다 훨씬 널리 퍼진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맞다면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맞다면 이런 결과..

공부법의 과학 2026.10.17

좌뇌형·우뇌형 테스트, 문항마다 뜯어봤습니다 — 뇌 사진 1,011명이 말해 준 것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좌뇌형·우뇌형 테스트'에는 대개 이런 문항이 있습니다.Q1. 나는 계획을 세우고 순서대로 처리하는 편이다 / 그때그때 직감대로 움직이는 편이다Q2. 나는 숫자와 논리에 강하다 / 그림과 음악에 끌린다Q3. 나는 말로 설명하는 게 편하다 / 이미지로 떠올리는 게 편하다 앞쪽을 많이 고르면 '좌뇌형', 뒤쪽을 많이 고르면 '우뇌형'. 결과에 따라 어울리는 공부법이나 직업까지 알려 주는 테스트도 있습니다. 이 테스트가 깔고 있는 전제를 문항마다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전제 1. "뇌의 왼쪽과 오른쪽은 하는 일이 다르다"이 부분은 사실입니다. 다만 테스트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이 이야기의 뿌리는 미국의 신경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의 연구입니다. 1960년대 ..

공부법의 과학 2026.10.14

"넌 정말 똑똑하구나" 대신 뭐라고 해야 할까 — 칭찬 실험 25년, 그리고 성장 마인드셋 논쟁

아이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 온 날,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아마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우리 애 정말 똑똑하네." 아니면 "정말 열심히 했구나." 둘 다 좋은 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1998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클로디아 뮬러(Claudia Mueller)와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이 두 문장이 아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 25년 동안, 이 결과는 크게 유행했다가 거센 반론을 받았습니다.실험에서 벌어진 일뮬러와 드웩은 초등학교 5학년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여섯 번의 실험을 했습니다. 첫 문제를 풀게 한 뒤 칭찬의 종류만 달리하고, 그다음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잘 풀지 못했습니다. 그 뒤의 반응이 갈렸습..

공부법의 과학 2026.10.12

복습은 며칠 간격으로 해야 할까 — 1,350명 실험이 찾은 '시험까지 남은 기간'별 복습 간격

같은 세 시간을 공부해도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며칠에 나눠 하는 쪽이 오래 남는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다룬 '나눠서 하기(분산 학습)'입니다. 그런데 이 조언을 실제로 쓰려고 하면 바로 막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 간격으로 나누라는 건가요? 하루? 일주일? 한 달?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표로 놓고, 근거는 그 아래에 적겠습니다.시험까지 남은 기간별 복습 간격시험(또는 써먹을 날)까지첫 공부와 복습 사이 간격1주일1~3일1개월약 1주일3개월약 2주일1년약 3~5주 표를 쓰는 법은 하나입니다. 내용을 언제까지 기억해야 하는지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간격을 고르면 됩니다. 기억해야 하는 기간이 길수록 간격도 길어집니다. 단, 1주일과 1년 줄은 연구에서 직접..

공부법의 과학 2026.10.10

'꺼내 보기' 공부법 실천 안내 — 다시 읽기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방법을 오늘부터 쓰는 법

학습 피라미드 글에서, 공부법 열 가지를 비교한 연구가 최고 등급을 준 방법 중 하나로 '꺼내 보기(인출 연습)'를 소개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데?"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 글은 그 답입니다. 왜 효과가 있는지는 짧게, 어떻게 하는지는 길게 적었습니다.먼저 30초 요약: 왜 꺼내 보기인가200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의 로디거(Roediger)와 카피키(Karpicke)는 대학생들에게 짧은 글을 공부하게 하면서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네 번 읽기세 번 읽고 한 번 떠올려 적기한 번 읽고 세 번 떠올려 적기 5분 뒤 시험에서는 네 번 읽은 쪽이 가장 잘했습니다. 그런데 1주일 뒤에는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한 번 읽고 세 번 떠올린 쪽이 약 6..

공부법의 과학 2026.10.09

모차르트를 들으면 똑똑해진다? — 논문 한 편이 정부 정책이 되기까지, 말이 바뀐 다섯 단계

태교 음악 목록에는 꼭 모차르트가 있습니다. "클래식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익숙합니다. 이 믿음은 1993년 영국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쪽짜리 논문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논문이 말한 것과 지금 우리가 아는 이야기는 꽤 다릅니다. 말 전달 게임처럼, 한 단계 건널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 단계를 처음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1단계 — 논문: "대학생 36명, 공간 과제, 10~15분"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프랜시스 라우셔(Frances Rauscher) 연구팀은 대학생 36명에게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10분간 경험하게 했습니다.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K.448)」 듣기긴장을 푸는 안내 음성 듣기조용히 있..

공부법의 과학 2026.10.08

'1만 시간의 법칙'은 원래 논문에 없었습니다 — 숫자 다섯 개로 다시 읽어 본 연습과 실력의 관계

"1만 시간만 채우면 누구나 전문가가 된다." 하루 3시간씩이면 10년쯤 걸리는 이 숫자는, 이제 자기계발의 상식처럼 쓰입니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린 것은 2008년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책 『아웃라이어』입니다. 근거로 든 것은 1993년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의 연구였습니다. 그런데 이 법칙을 원래 연구와 나란히 놓고 보면, 숫자부터 맞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숫자 다섯 개를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7,410시간에릭슨 연구팀은 독일 베를린 음악원의 바이올린 전공생을 세 무리로 나눴습니다. 교수들이 세계적인 독주자가 될 만하다고 꼽은 최상위 학생, 그다음으로 잘하는 학생, 그리고 음악 교사가 될 과정의 학생입니다. ..

공부법의 과학 2026.10.06

"인간은 뇌의 10%만 쓴다" — 이 말을 퍼뜨린 용의자 다섯 명을 조사했습니다

2014년 영화 「루시」의 주인공은 약물 때문에 뇌 사용률이 10%에서 20%, 40%로 올라가며 초능력을 얻고, 100%에 이르자 시공간을 넘나듭니다. 출발점인 "인간은 뇌의 10%만 쓴다"는 설정은 영화 밖에서도 두뇌 개발 광고의 단골 문장입니다. 과학적으로는 오래전에 틀린 것으로 정리된 말인데도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2002년 브라질 조사에서는 대학 교육을 받은 응답자의 59%가 이 말을 믿었고, 2012년 조사에서는 영국 교사의 48%, 네덜란드 교사의 46%가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속설이 어디서 왔는지 오랫동안 추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목된 용의자가 다섯 명 있습니다. 한 명씩 조사해 보겠습니다.용의자 1.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혐의: 원조 발언자조사 결과: 방향은 비슷하지..

공부법의 과학 2026.10.05

뽀모도로 25분에 근거가 있을까 — 3년 동안 나온 실험 세 편의 결과가 모두 달랐습니다

25분 공부하고 5분 쉬기. 이것을 네 번 반복하면 조금 길게 쉬기. 공부 앱과 유튜브 '같이 공부해요' 영상에서 가장 흔한 규칙, 뽀모도로 기법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대학생 프란체스코 치릴로(Francesco Cirillo)가 토마토 모양 주방 타이머로 공부 시간을 재던 데서 시작했습니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라는 뜻입니다. 이 기법을 권하는 글에는 보통 세 가지 주장이 따라붙습니다. 하나씩 연구와 맞춰 판정해 보겠습니다.주장 ① "25분은 집중력이 유지되는 과학적 최적 시간이다"판정: 근거 없음 25분은 실험에서 찾아낸 숫자가 아닙니다. 치릴로 본인이 2분부터 1시간까지 여러 길이를 직접 시험해 보다가, 자신에게 맞는 길이로 고른 것입니다.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숫자이고, ..

공부법의 과학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