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보다 실험이 빠를 것 같습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휴대폰 타이머를 준비해 주세요. 1분이면 됩니다.
지금 해 보는 실험
1회차. 타이머를 켜고 아래 두 줄을 한 줄씩 차례로 씁니다.
- 첫 줄: 1 2 3 4 5 6 7 8 9 10
- 둘째 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다 쓰면 타이머를 멈추고 시간을 적어 둡니다.
2회차. 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번갈아 가며 씁니다.
- 1 가 2 나 3 다 4 라 … 이렇게 숫자 하나, 글자 하나씩 10번째까지.
역시 시간을 잽니다.
해 보셨다면 거의 틀림없이 2회차가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쓰는 글자 수는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하나, 두 가지 일을 오가는 횟수뿐입니다. 아마 중간에 "다음이 '라'였나 '마'였나" 하고 멈칫한 순간도 있었을 겁니다.
방금 몸으로 느낀 게 연구자들이 '작업 전환 비용'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건 멀티태스킹이 아니었다
사람이 하는 멀티태스킹은 대부분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사이를 아주 빠르게 오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갈 때마다 비용을 냅니다.
2001년 미국의 루빈스타인(Rubinstein), 마이어(Meyer), 에번스(Evans)는 사람들에게 규칙이 바뀌는 과제를 번갈아 시키며 이 비용을 쟀습니다. 일을 바꿀 때마다 뇌는 두 가지 작업을 합니다.
- 목표 바꾸기: 지금부터 저 일을 하겠다고 정하기
- 규칙 불러오기: 저 일에 필요한 방법을 다시 꺼내 오기
한 번 바꾸는 데 드는 시간은 짧게는 1초도 안 되지만, 과제가 복잡하고 낯설수록 길어집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이런 연구들을 소개하며, 일을 자주 바꾸는 비용이 생산적인 시간의 최대 40%까지 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최대 40%'는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은 일을 자주 바꿀 때의 이야기이고, 단순하고 익숙한 일이라면 비용은 훨씬 작습니다.
"나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편인데요"
자주 멀티태스킹을 하면 그만큼 능숙해지지 않을까요. 연구는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2009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오피르(Ophir), 나스(Nass), 와그너(Wagner)는 평소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많이 쓰는 사람과 적게 쓰는 사람을 비교했습니다. 많이 쓰는 사람들이 오히려 작업 전환 과제를 더 못했습니다. 상관없는 정보를 걸러 내는 데 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이후 반론도 받았습니다. 2017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위라다니(Wiradhany)와 니우엔스테인(Nieuwenstein)이 다시 실험하고 여러 연구를 모아 보니, 그 관련성은 작았고, 작은 연구들의 영향을 보정하면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2018년 와그너 연구팀이 관련 연구들을 정리한 글은, 결과가 엇갈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이 쓰는 쪽의 수행이 떨어지는 경향이 더 많다고 봤습니다.
정리하면,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면 실력이 떨어진다"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이 하면 잘하게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말 잘하는 사람: 2.5%
예외는 있습니다. 2010년 미국 유타 대학의 왓슨(Watson)과 스트레이어(Strayer)는 운전 시뮬레이터에서 운전하며 동시에 기억 과제와 계산을 하게 했습니다. 대부분은 두 가지를 함께 할 때 운전과 과제 수행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약 2.5%의 사람은 두 가지를 함께 해도 수행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을 '슈퍼태스커'라고 불렀습니다.
40명 중 1명꼴입니다. 내가 그 한 명일 가능성보다, 나머지 39명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그럼 일은 어떻게 하나
비슷한 일끼리 묶습니다. 메일 답장은 메일 답장끼리, 전화는 전화끼리 모아서 처리하면 전환 횟수가 줄어듭니다.
한 덩어리는 끝까지 갑니다. 보고서 한 문단, 문제 한 세트처럼 작은 단위라도 끝까지 마친 뒤에 다른 일로 넘어갑니다.
전환을 부르는 것을 치웁니다. 알림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 일을 바꾸게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알림 끄기 7일 실험도 같은 맥락입니다.
방금 한 1분 실험을 떠올려 보세요. 같은 양의 일인데, 오가는 순간마다 시간이 새어 나갔습니다. 하루치 일에서는 그 틈이 훨씬 더 커집니다.
실험과 연구 출처
- Rubinstein, J. S., Meyer, D. E. & Evans, J. E. (2001). Executive control of cognitive processes in task switch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27(4), 763–797.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Multitasking: Switching costs.
- Ophir, E., Nass, C. & Wagner, A. D. (2009).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106(37), 15583–15587.
- Wiradhany, W. & Nieuwenstein, M. R. (2017).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Two replication studies and a meta-analysis. Attention, Perception, & Psychophysics, 79, 2620–2641.
- Uncapher, M. R. & Wagner, A. D. (2018). Minds and brains of media multitaskers: Current findings and future directions. PNAS, 115(40), 9889–9896.
- Watson, J. M. & Strayer, D. L. (2010). Supertaskers: Profiles in extraordinary multitasking ability.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17(4), 479–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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