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 강의나 학원 광고에서 자주 보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가파르게 떨어지다 완만해지는 곡선, 그 옆에 붙는 문장. "사람은 배운 것의 절반을 1시간 안에, 70%를 하루 안에 잊는다. 그러니 복습하라."
이 그래프의 원조는 1885년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입니다. 그런데 그가 남긴 기록을 열어 보면, 광고 문장과는 세 군데가 다릅니다. 무엇을 외웠는지, 무엇을 쟀는지, 그리고 그 숫자가 누구에게 해당하는지입니다.
그가 외운 것: WID, ZOF, 그리고 수천 개의 뜻 없는 음절
에빙하우스는 실험 대상자를 따로 모으지 않았습니다. 피험자는 그 자신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WID', 'ZOF'처럼 뜻이 없는 세 글자 음절을 수천 개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13개씩 묶어 목록을 만들고, 틀리지 않고 두 번 외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일부러 뜻 없는 음절을 쓴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단어는 사람마다 이미 아는 정도가 달라서, 순수한 기억의 속도를 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 덕분에 실험은 깔끔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결과는 "뜻도 연결고리도 없는 정보를 외웠을 때"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교과서 내용, 이해한 개념, 경험과 연결된 지식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가 잰 것: 떠올린 양이 아니라 다시 외우는 데 걸린 시간
광고 문장은 "70%를 잊는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하루 뒤에 30%만 떠올릴 수 있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에빙하우스는 떠올린 양을 재지 않았습니다.
그가 쓴 방법은 절약법입니다. 처음 외울 때 걸린 시간을 재 두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같은 목록을 다시 외우는 데 걸린 시간을 잽니다. 두 번째에는 조금이라도 기억이 남아 있으니 더 빨리 외워집니다. 그 줄어든 시간의 비율이 '절약률'입니다.
그가 기록한 절약률은 대략 이렇습니다.
| 다시 외운 시점 | 절약률 |
|---|---|
| 20분 뒤 | 약 58% |
| 1시간 뒤 | 약 44% |
| 9시간 뒤 | 약 36% |
| 하루 뒤 | 약 34% |
| 이틀 뒤 | 약 28% |
| 6일 뒤 | 약 25% |
| 31일 뒤 | 약 21% |
하루 뒤 절약률이 약 34%라는 것은, 다시 외우는 데 처음보다 시간이 34% 덜 들었다는 뜻입니다. "66%를 잊었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그 시점에 목록을 보지 않고 몇 개나 떠올릴 수 있었는지는 이 표가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 숫자의 주인: 단 한 사람
에빙하우스의 곡선은 한 사람이 스스로를 대상으로 몇 년에 걸쳐 쌓은 기록입니다. 놀라운 끈기의 산물이지만, 모든 사람의 평균이 아닙니다.
이 기록이 맞는지 다시 확인한 사람이 있습니다.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야프 무레(Jaap Murre)와 요리 드로스(Joeri Dros)는 에빙하우스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드로스 한 사람이 70시간 동안 뜻 없는 음절 목록을 외우고 다시 외웠습니다.
결과는 원래 곡선과 꽤 비슷했습니다. 처음에 빠르게 떨어지고 점점 완만해지는 모양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다만 31일 뒤의 절약률은 에빙하우스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흥미로운 점도 하나 발견됐습니다. 두 사람의 기록 모두 하루 뒤 지점이 앞뒤 흐름보다 살짝 높았습니다. 9시간 뒤보다 하루 뒤가 거의 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연구진은 그 사이에 낀 밤잠이 기억을 정리해 준 영향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밤샘 공부 글에서 다룬 이야기와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뜻이 있는 기억은 어떻게 될까
뜻 있는 정보의 망각은 에빙하우스의 곡선과 모양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1984년 미국의 해리 배릭(Harry Bahrick)은 학창 시절 스페인어를 배운 733명을 조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운 지 몇 년에서 50년까지 지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억은 처음 3~6년 동안 줄어들었지만, 그 뒤로는 수십 년 동안 거의 줄지 않고 유지됐습니다. 그동안 스페인어를 거의 쓰지 않았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많이, 잘 배운 사람일수록 오래 남은 양도 많았습니다.
뜻 없는 음절 목록이 한 달 만에 대부분 흐려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입니다.
그래도 복습하라는 말은 맞다
정리하면, 광고 속 "하루에 70%" 문장은 에빙하우스의 숫자를 다른 뜻으로 옮긴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뒤에 붙는 결론까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에빙하우스의 기록이 실제로 보여 주는 것은 오히려 복습이 왜 효율적인가입니다. 한 번 외운 것은 겉으로 잊은 것 같아도 다시 외울 때 시간이 덜 듭니다. 기억이 '0'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에빙하우스 자신도 같은 내용을 여러 날에 나눠 반복했을 때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다룬 나눠서 복습하기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니 그래프 옆의 숫자는 지워도 됩니다. 남겨야 할 문장은 이것입니다. 잊은 것 같아도 다시 보면 빨리 돌아온다. 그러니 잊을 만할 때 다시 본다.
이 글의 데이터 출처
- Ebbinghaus, H. (1885). Über das Gedächtnis: Untersuchungen zur experimentellen Psychologie. Leipzig: Duncker & Humblot. (영어판: Memory: A Contribution to Experimental Psychology, 1913)
- Murre, J. M. J. & Dros, J. (2015). Replication and analysis of Ebbinghaus' forgetting curve. PLoS ONE, 10(7), e0120644.
- Bahrick, H. P. (1984). Semantic memory content in permastore: Fifty years of memory for Spanish learned in school.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13(1),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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