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의 과학

두뇌 훈련 게임 점수가 오르면 머리도 좋아질까 — 실력이 번지는 거리를 네 칸으로 나눠 봤습니다

thinknavi 2026. 10. 25. 11:29

하루 10분, 기억력 게임 몇 판. 처음엔 어렵던 단계가 일주일 뒤에는 쉽게 넘어갑니다. 점수 그래프는 꾸준히 오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고, 연구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질문은 그다음입니다. 게임 점수가 오른 만큼, 머리도 좋아진 걸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잘게 나눠야 답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생긴 실력이 얼마나 먼 곳까지 번지는지를 기준으로, 네 칸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번지는 것'을 전이(transfer)라고 부릅니다.

1칸 — 그 게임 자체

결과: 확실히 늘어납니다.

 

2010년 영국의 에이드리언 오언(Adrian Owen) 연구팀은 영국 BBC 과학 프로그램과 함께, 시청자 1만 1,430명에게 6주 동안 온라인 두뇌 훈련을 시켰습니다. 추론, 기억, 계획, 주의력 과제를 일주일에 몇 번씩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연습한 과제 모두에서 실력이 늘었습니다. 2016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 등이 두뇌 훈련 연구 전반을 검토한 보고서도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연습한 과제의 점수가 오른다는 증거는 넘칠 만큼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논쟁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연습하면 그것은 늡니다.

2칸 — 비슷하게 생긴 다른 과제

결과: 늘어나기도 하지만, 증거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숫자 순서를 기억하는 게임을 연습했다면, 글자 순서를 기억하는 과제도 잘하게 될까요. 사이먼스 등의 검토에 따르면 이렇게 가까운 과제로 번진다는 증거는 1칸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결과가 나온 연구도 있고, 나오지 않은 연구도 있습니다.

 

오언 연구팀의 결과는 더 엄격했습니다. 6주 훈련 전후로 훈련하지 않은 과제들을 따로 쟀는데, 연습한 과제와 비슷한 능력을 쓰는 과제에서도 뚜렷한 향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3칸 — 다른 종류의 머리 쓰는 일

결과: 근거가 거의 없습니다.

 

기억력 게임을 했더니 추론 능력이나 집중력 전반이 좋아졌다는 식의 먼 전이는, 사이먼스 등의 검토에서 설득력 있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정리됐습니다. 효과를 보고한 연구들이 있었지만, 비교 집단이 부실하거나 참가자가 적거나, 참가자들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설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4칸 — 공부, 일, 그리고 나이 든 뒤의 기억

결과: 광고가 앞서 나간 칸입니다.

 

두뇌 훈련 업체들의 광고는 대부분 이 칸을 약속했습니다. 성적이 오르고, 일을 더 잘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력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2014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장수센터와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는 과학자 70명이 서명한 성명을 냈습니다. 두뇌 게임이 일상의 인지 능력을 높이거나 인지 저하를 막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달 뒤 133명의 과학자와 현장 전문가가 반박 서한을 냈습니다. 두뇌 훈련의 효과를 보여 주는 연구도 많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어디까지를 근거로 볼 것인가의 기준이 달랐던 셈입니다.

 

이 논쟁에 다른 쪽에서 선을 그은 곳이 있습니다.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대표적인 두뇌 훈련 앱 '루모시티(Lumosity)'를 만든 회사에 대해, 게임이 학교와 직장에서의 수행을 높이고 노화에 따른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광고에 근거가 없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회사는 200만 달러를 내고 이런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원래 부과액은 5,000만 달러였지만 회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대부분이 유예됐습니다.

 

정리하면, 1칸은 확실하고 2칸은 들쭉날쭉하며 3칸과 4칸은 근거가 빈약합니다. 칸이 멀어질수록 효과가 줄어드는 이 모양은 두뇌 게임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모차르트 효과도 '특정 공간 과제에서 짧게 오른 점수'가 '머리가 좋아진다'로 번져 나간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게임은 그만둬야 하나

재미있어서 하는 거라면 계속해도 됩니다. 연구들이 말하는 건 "해롭다"가 아니라 "광고만큼 번지지 않는다"입니다.

 

다만 늘리고 싶은 능력이 정해져 있다면, 게임을 거치지 말고 그 능력을 직접 연습하는 편이 빠릅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싶다면 기억력 게임보다 영어 단어를 꺼내 보는 연습이 낫습니다. 1만 시간 글에서 다룬 것처럼, 실력은 연습한 바로 그 일에서 쌓입니다.

 

같은 이유로, "머리를 쓰려고" 새 언어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두뇌 전체가 좋아진다는 기대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효과는 따로 따져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언어와 그 악기 실력은 확실히 남습니다. 1칸의 효과가 내 삶에 직접 쓸모 있는 일을 고르는 것, 이게 연구 결과를 가장 손해 없이 쓰는 방법입니다.

 

나이 든 부모님께 두뇌 게임을 권할 때도 기대는 낮추는 편이 좋습니다. 게임이 치매를 막는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억력이 걱정되는 변화가 있다면 게임보다 병원 상담이 먼저입니다.

 

게임 점수 그래프가 오르는 건 진짜입니다. 다만 그 그래프가 보여 주는 건 그 게임을 잘하게 됐다는 사실까지입니다.

참고한 연구와 자료

  • Owen, A. M., Hampshire, A., Grahn, J. A. et al. (2010). Putting brain training to the test. Nature, 465, 775–778.
  • Simons, D. J., Boot, W. R., Charness, N. et al. (2016). Do "brain-training" programs work?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7(3), 103–186.
  • Stanford Center on Longevity & 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 (2014). A consensus on the brain training industry from the scientific community.
  • Federal Trade Commission (2016. 1. 5.). Lumosity to pay $2 million to settle FTC deceptive advertising charges for its "brain training" program.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