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면 안 된다"는 말과 "나는 음악이 있어야 집중된다"는 말은 둘 다 자주 듣습니다. 연구를 모아 보면 둘 중 하나가 맞는 게 아니라, 어떤 음악으로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답이 바뀝니다.
2011년 독일의 켐페(Kämpfe), 제들마이어(Sedlmeier), 렌케비츠(Renkewitz)는 배경 음악의 영향을 다룬 연구들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모든 결과를 한꺼번에 평균 내면 효과는 거의 0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상관없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좋아지는 경우와 나빠지는 경우가 섞여서 서로 지워졌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할 때는 도움이 되는 쪽이었고, 글을 읽을 때는 방해가 되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틀어도 되나"를 한 번에 답하기보다, 아래 질문 세 개를 차례로 거쳐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질문 1. 지금 하는 공부에 '말'이 들어가나요?
예 → 질문 2로 갑니다.
아니요 → 질문 3으로 건너뜁니다.
읽기, 단어 외우기, 글쓰기, 서술형 문제 풀기는 '말'을 다루는 공부입니다. 반면 도형 그리기, 계산 연습, 자료 정리, 필기 옮겨 적기 같은 일은 말을 덜 씁니다.
이 구분이 첫 질문인 이유는, 우리 머리가 글을 읽을 때 속으로 소리를 내듯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통로로 다른 말이 들어오면 둘이 부딪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무관한 소리 효과'라고 부릅니다. 상관없는 말소리를 듣기만 해도 순서대로 기억하는 과제의 점수가 떨어진다는 것이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확인됐습니다.
질문 2. 그 음악에 가사가 있나요?
있다 → 이 공부에는 끄는 편이 낫습니다.
없다 → 질문 3으로 갑니다.
2014년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닉 퍼햄(Nick Perham)과 해리엇 커리(Harriet Currie)는 성인들에게 독해 시험을 보게 하면서 네 가지 환경을 비교했습니다.
- 조용한 방
- 가사 없는 음악
- 본인이 좋아하는 가사 있는 노래
- 본인이 싫어하는 가사 있는 노래
가사 있는 노래를 들은 두 조건에서 독해 점수가 가장 낮았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좋아하는 노래여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괜찮다"는 생각과 달리, 좋아하든 싫어하든 가사는 똑같이 독해를 방해했습니다.
질문 3. 빠르고 시끄러운가요?
그렇다 → 볼륨을 줄이거나 느린 곡으로 바꿉니다.
아니다 → 틀어도 크게 손해 볼 근거는 약합니다.
가사가 없어도 끝은 아닙니다. 2012년 호주와 캐나다의 연구진(Thompson, Schellenberg, Letnic)은 가사 없는 기악곡을 빠르기와 소리 크기만 바꿔 네 가지로 만들고, 그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게 했습니다. 느리거나 조용한 버전은 조용한 방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빠르고 큰 버전에서는 독해 점수가 뚜렷하게 떨어졌습니다.
음악이 무조건 방해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본 켐페 등의 분석에서도 배경 음악은 기분을 좋게 하는 쪽으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루한 단순 작업이라면 그 기분 덕에 오래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모차르트 효과 글에서 다룬 것처럼, 짧게 점수가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면 그 이유도 음악 자체보다 기분과 각성이 올라간 덕이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세 질문을 지나면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말을 다루는 공부 + 가사 있는 노래 → 끄기
- 말을 다루는 공부 + 가사 없는 음악 → 느리고 작게
- 말을 덜 쓰는 작업 → 기분이 나아진다면 틀어도 됨
여기에 하나만 덧붙이면, 음악은 '집중된 느낌'과 '실제 점수'가 따로 놀기 쉽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공부가 즐겁게 느껴지지만, 퍼햄의 실험처럼 점수는 그와 상관없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같은 분량을 한 번은 음악과 함께, 한 번은 조용히 공부한 뒤 책을 덮고 얼마나 떠올릴 수 있는지 비교해 보면 됩니다.
음악이 공부의 시작을 도와준다면, 앉기 전에 한 곡 듣고 읽기 시작할 때 끄는 방법도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글에서 말한 것처럼, 머리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이 판단에 쓴 연구
- Kämpfe, J., Sedlmeier, P. & Renkewitz, F. (2011). The impact of background music on adult listeners: A meta-analysis. Psychology of Music, 39(4), 424–448.
- Perham, N. & Currie, H. (2014). Does listening to preferred music improve reading comprehension performance?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28(2).
- Thompson, W. F., Schellenberg, E. G. & Letnic, A. K. (2012). Fast and loud background music disrupts reading comprehension. Psychology of Music, 40(6), 700–708.
- Salamé, P. & Baddeley, A. (1982). Disruption of short-term memory by unattended speech: Implications for the structure of working memory.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21(2), 150–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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