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좌뇌형·우뇌형 테스트'에는 대개 이런 문항이 있습니다.
Q1. 나는 계획을 세우고 순서대로 처리하는 편이다 / 그때그때 직감대로 움직이는 편이다
Q2. 나는 숫자와 논리에 강하다 / 그림과 음악에 끌린다
Q3. 나는 말로 설명하는 게 편하다 / 이미지로 떠올리는 게 편하다
앞쪽을 많이 고르면 '좌뇌형', 뒤쪽을 많이 고르면 '우뇌형'. 결과에 따라 어울리는 공부법이나 직업까지 알려 주는 테스트도 있습니다.
이 테스트가 깔고 있는 전제를 문항마다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제 1. "뇌의 왼쪽과 오른쪽은 하는 일이 다르다"
이 부분은 사실입니다. 다만 테스트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이 이야기의 뿌리는 미국의 신경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의 연구입니다. 1960년대 스페리와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심한 뇌전증 치료를 위해 좌우 뇌를 잇는 신경 다발을 끊은 환자들을 연구했습니다. 이 환자들에게서는 한쪽 뇌만 볼 수 있게 보여 준 정보를 다른 쪽 뇌가 모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에게 말하기를 맡는 쪽은 왼쪽 뇌라서, 오른쪽 뇌에만 보여 준 물건은 이름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연구로 스페리는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뇌의 양쪽이 일부 기능을 나눠 맡는다는 건 지금도 받아들여지는 사실입니다. 말하기와 언어 처리는 대체로 왼쪽에 더 치우쳐 있고, 공간 처리나 얼굴 알아보기 같은 일은 오른쪽에 조금 더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전제 2. "사람마다 한쪽 뇌를 더 많이 쓴다" — Q1·Q2·Q3이 기대는 전제
여기서 무너집니다.
스페리의 연구는 양쪽 뇌가 끊어진 아주 특별한 환자들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연결이 멀쩡한 보통 사람의 뇌는 두 쪽이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함께 일합니다. 스페리 본인도 이 발견을 성격 유형으로 부풀리는 데 대해 경계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럼 정말 왼쪽을 더 많이 쓰는 사람, 오른쪽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2013년 미국 유타 대학의 제러드 닐슨(Jared Nielsen) 연구팀이 이 질문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7세부터 29세까지 1,011명의 뇌 영상을 모아, 뇌를 7,000여 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 사이의 연결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특정 기능을 맡는 일부 구역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습니다. 언어 관련 구역이 왼쪽에 치우친 식입니다.
- 그러나 뇌 전체로 보면 왼쪽 연결이 더 강한 사람, 오른쪽 연결이 더 강한 사람이 따로 나뉘지 않았습니다.
치우침은 기능 단위로 있을 뿐, 사람 단위로는 없었다는 뜻입니다. "좌뇌형 인간"은 뇌 영상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전제 3. "그러니 유형에 맞는 공부법이 따로 있다"
전제 2가 무너지면 이 부분도 함께 무너집니다. 좌뇌형, 우뇌형이라는 구분 자체가 뇌에서 확인되지 않으니, 그 유형에 맞춘 공부법도 근거가 없습니다.
이 구조는 학습 피라미드 글에서 다룬 '시각형·청각형 학습자'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방식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림이 좋은 사람도, 글이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취향이지 뇌 구조의 차이가 아니고, 취향에 맞춰 가르친다고 더 잘 배운다는 근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테스트는 그럴듯할까
테스트 결과가 맞는 것 같다고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항이 성격을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적인가, 즉흥적인가", "논리가 좋은가, 예술이 좋은가"는 실제로 사람마다 다른 성향입니다. 테스트는 그 성향을 정확히 짚어 낸 뒤, 거기에 '좌뇌', '우뇌'라는 과학적으로 들리는 이름을 붙였을 뿐입니다. 결과가 맞게 느껴지는 건 성향 부분이 맞아서이지, 뇌의 한쪽을 더 쓰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뇌 10% 속설이 그랬듯, 이 이야기도 실제 과학에서 출발했다가 전달되는 동안 조건이 떨어져 나간 경우입니다. 스페리의 발견은 "끊어진 뇌의 양쪽은 다르게 일한다"였는데, 퍼지면서 "당신의 뇌는 한쪽이 더 세다"가 됐습니다.
그러니 테스트 결과는 재미로 보되, 공부법이나 진로를 그 결과에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매 순간, 양쪽 뇌를 함께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의 근거
- Nielsen, J. A., Zielinski, B. A., Ferguson, M. A., Lainhart, J. E. & Anderson, J. S. (2013). An evaluation of the left-brain vs. right-brain hypothesis with resting 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magnetic resonance imaging. PLOS ONE, 8(8), e71275.
- Sperry, R. W. (1981). Nobel Lecture: Some effects of disconnecting the cerebral hemispheres.
- Pashler, H. et al. (2008).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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