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의 과학

「학습 피라미드」의 5%, 90% 숫자는 어디서 왔을까 — 출처를 끝까지 따라가 봤습니다

thinknavi 2026. 9. 26. 11:36

흔히 돌아다니는 「학습 피라미드」. 이 퍼센트 숫자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흔히 돌아다니는 「학습 피라미드」. 이 퍼센트 숫자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강의 듣기 5%, 읽기 10%, 시청각 자료 20%, 시연 보기 30%, 토론 50%, 직접 해 보기 75%, 남을 가르치기 90%.

 

교사 연수 자료, 회사 신입 교육 첫 장, 학원 설명회 슬라이드에서 한 번쯤 본 삼각형입니다. 이름은 「학습 피라미드」. 위로 갈수록 기억에 안 남고, 아래로 갈수록 잘 남는다는 그림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 퍼센트 숫자들은 어떤 실험에서도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듣기만 하는 것보다 직접 해 보는 게 낫다"는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이 글에서는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실제 연구가 권하는 공부법이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1. 숫자부터 수상합니다

5, 10, 20, 30, 50, 75, 90. 전부 딱 떨어집니다. 이것만으로 가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모아 실제로 기억량을 재면 보통 소수점과 오차 범위가 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조건이 없다는 점입니다.

  • 무엇을 배웠을 때의 수치인지 (수학 공식? 외국어 단어?)
  •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초등학생? 성인?)
  • 얼마나 지난 뒤에 쟀는지 (한 시간 뒤? 한 달 뒤?)

 

이 세 가지가 빠진 숫자는 측정값이 아니라 주장일 뿐입니다.

2.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NTL — 가장 많이 붙어 있는 이름

피라미드 옆에 가장 자주 붙는 이름은 미국 메인주 베델에서 시작한 교육훈련 기관 NTL(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입니다. 이름에 'National'이 들어가지만 정부기관은 아닙니다. NTL은 1960년대 초에 이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고 스스로 밝혀 왔습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근거가 된 원자료를 요청하자, 원래 연구는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고 전해집니다(Lalley & Miller, 2007). 숫자만 남고 근거는 사라진 셈입니다.

1967년의 잡지 기고문

이 숫자들이 널리 인용되는 출처는 1967년 업계 잡지 『Film and Audio-Visual Communication』에 실린 기고문 한 편입니다. 필자는 연구자가 아니라 정유회사 모빌 오일(Mobil Oil)의 직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직업이 아니라 그 글에 인용 문헌이 한 줄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 앞은 끊깁니다

연구자들은 더 파고들었습니다. 1940년대 텍사스 대학의 한 강사, 그리고 미 육군 병기학교까지 이름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군 기록에도, 대학 기록에도, 논문 데이터베이스에도 해당 연구는 없습니다.

 

2018년 Letrud와 Hernes의 조사는 비슷한 주장이 160년 넘게 교육계에 떠돌았고, 실험 연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국 이 숫자는 실험값이 아니라 오래된 속설이었던 것입니다.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숫자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오지 않습니다.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숫자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오지 않습니다.

3. 에드거 데일의 「경험의 원뿔」은 다른 그림입니다

피라미드에는 이름 하나가 더 붙어 다닙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에드거 데일(Edgar Dale)의 「경험의 원뿔(Cone of Experience)」, 1946년입니다.

 

데일의 원뿔에는 숫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데일은 시청각 교육을 연구하던 사람으로, 수업 자료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또는 추상적인지를 정리하려고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래는 직접 해 보는 구체적 경험, 위로 갈수록 말과 기호 같은 추상적 경험입니다.

 

오히려 데일은 이 그림을 순위로 읽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아래가 위보다 낫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죠.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두 그림은 모양이 닮았습니다. 한쪽엔 그럴듯한 숫자가, 다른 쪽엔 교육학자의 이름이 있었고, 누군가 둘을 포개 놓은 채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왼쪽은 우리가 본 그림, 오른쪽은 데일이 실제로 그린 「경험의 원뿔」(숫자 없음).
왼쪽은 우리가 본 그림, 오른쪽은 데일이 실제로 그린 「경험의 원뿔」(숫자 없음).

우리가 본 그림 실제로 있던 그림
학습 피라미드 데일의 경험의 원뿔
퍼센트 숫자가 있음 숫자가 없음
출처를 추적할 수 없음 1946년 저서에 실림
기억 효율의 순위 순위가 아니라고 저자가 경고

4. 그렇다고 방향까지 틀린 건 아닙니다

여기서 멈추면 절반만 맞습니다. 숫자에 근거가 없다고 해서 "해 보는 게 낫다"는 방향까지 틀린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4년 Freeman 등은 대학 이공계 수업을 다룬 연구 225편을 모아 비교했습니다(PNAS). 강의만 들은 수업과, 학생이 직접 문제를 풀고 토론한 능동 학습 수업을 견준 결과입니다.

  • 능동 학습 쪽 시험 점수가 평균 약 6% 높았고
  • 강의만 들은 쪽의 낙제 확률이 약 1.5배 높았습니다.

 

정리하면 방향은 맞고, 근거가 없는 건 "정확히 몇 퍼센트"라는 부분입니다.

5. 진짜 근거가 있는 공부법 두 가지

2013년 Dunlosky 등은 흔히 쓰는 공부법 열 가지를 모아, 근거가 얼마나 쌓였는지·여러 상황에 통하는지·실행이 쉬운지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겼습니다. 최고 등급은 단 둘이었습니다.

① 꺼내 보기 (인출 연습)

  1. 한 챕터를 읽습니다.
  2. 책을 덮고 백지에 기억나는 것을 적습니다.
  3. 다시 펴서 빠진 부분을 맞춰 봅니다.

 

단어 카드, 스스로 문제 내기도 모두 꺼내 보기입니다.

② 나눠서 하기 (분산 학습)

세 시간을 하루에 몰아서 하지 않고, 한 시간씩 사흘로 나눕니다. 총 시간은 같은데 남는 것이 다릅니다.

반대로 등급이 낮았던 것

다시 읽기와 밑줄 긋기입니다. 대학생 설문에서 가장 많이 쓴다고 답한 방법이 바로 다시 읽기였습니다(Karpicke 등, 2009). 효과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고, 들인 시간에 비해 남는 것이 적다는 뜻입니다. 다시 읽으면 글이 익숙해지는데, 우리는 익숙한 것을 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6. 덤: "나는 시각형 학습자야"도 같은 구조입니다

시각형·청각형 같은 학습 유형에 맞춰 가르치고 성적을 비교한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Pashler 등, 2008), 제대로 설계된 연구는 몇 편 되지 않았고, 유형에 맞춰 가르쳐서 더 잘 배웠다는 믿을 만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방식은 분명 있지만, 그 방식이 더 잘 외워지게 해 준다는 근거는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 밤 3분이면 되는 것

오늘 무언가를 읽었다면 책을 덮고, 방금 읽은 내용을 보지 않고 적어 보세요.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 부분이 정확히 아직 모르는 부분입니다.

 

숫자를 외우지 말고, 덮고 떠올리세요.


여러분은 그 삼각형을 어디서 처음 보셨나요? 댓글로 알려 주세요.

이 글은 제가 제작한 영상 「학습 피라미드, 그 숫자는 없습니다」의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 Letrud, K. & Hernes, S. (2018). Excavating the origins of the learning pyramid myths. Cogent Education, 5(1).
  • Lalley, J. P. & Miller, R. H. (2007). The learning pyramid: Does it point teachers in the right direction? Education, 128(1), 64–79.
  • Thalheimer, W. (2006). People remember 10%, 20%… Oh Really? Work-Learning Research.
  • Dale, E. (1946/1954/1969). Audio-Visual Methods in Teaching.
  • Freeman, S. et al. (2014). Active learning increases student performance in science, engineering, and mathematics. PNAS, 111(23).
  • Dunlosky, J. et al. (2013). Improving students' learning with effective learning techniqu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4(1), 4–58.
  • Karpicke, J. D., Butler, A. C. & Roediger, H. L. (2009). Metacognitive strategies in student learning. Memory, 17(4).
  • Pashler, H. et al. (2008).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