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의 과학

"인간은 뇌의 10%만 쓴다" — 이 말을 퍼뜨린 용의자 다섯 명을 조사했습니다

thinknavi 2026. 10. 5. 07:58

2014년 영화 「루시」의 주인공은 약물 때문에 뇌 사용률이 10%에서 20%, 40%로 올라가며 초능력을 얻고, 100%에 이르자 시공간을 넘나듭니다. 출발점인 "인간은 뇌의 10%만 쓴다"는 설정은 영화 밖에서도 두뇌 개발 광고의 단골 문장입니다.

 

과학적으로는 오래전에 틀린 것으로 정리된 말인데도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2002년 브라질 조사에서는 대학 교육을 받은 응답자의 59%가 이 말을 믿었고, 2012년 조사에서는 영국 교사의 48%, 네덜란드 교사의 46%가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속설이 어디서 왔는지 오랫동안 추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목된 용의자가 다섯 명 있습니다. 한 명씩 조사해 보겠습니다.

용의자 1.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혐의: 원조 발언자
조사 결과: 방향은 비슷하지만 숫자는 말한 적 없음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1900년 전후 강연과 글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정신적 잠재력의 일부만 쓰고 산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가 말한 것은 잠재력이었지 뇌의 부피가 아니었고, 10%라는 숫자도 붙인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가진 힘을 다 쓰지 못한다"는 격려에 가까운 말이었습니다.

용의자 2. 작가 로웰 토머스 (1936년)

혐의: 숫자를 붙인 사람
조사 결과: 유력 용의자

 

결정적인 장면은 1936년에 나옵니다.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베스트셀러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의 서문에서, 방송인이자 작가였던 로웰 토머스(Lowell Thomas)가 윌리엄 제임스가 "보통 사람은 잠재된 정신 능력의 10%만 계발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적었습니다.

 

제임스는 그런 숫자를 말한 적이 없으니, 이는 잘못된 인용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부가 팔렸습니다. 숫자가 붙은 문장이 유명 학자의 이름과 함께 퍼졌고, 시간이 지나며 "능력의 10%"가 슬그머니 "뇌의 10%"로 바뀌었습니다.

용의자 3. 아인슈타인

혐의: "아인슈타인도 그렇게 말했다"
조사 결과: 증거 없음

 

이 속설에는 "아인슈타인이 자기는 뇌를 더 많이 써서 천재가 됐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기록을 관리하는 아인슈타인 아카이브에서도 이런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신뢰를 얻는 전형적인 가짜 인용으로 보입니다.

용의자 4. '침묵하는 뇌 영역'

혐의: 과학이 오해를 준 경우
조사 결과: 과학 자체보다 해석이 문제

 

1930년대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는 수술 중 환자의 뇌 여기저기를 약한 전기로 자극했습니다. 어떤 곳을 건드리면 손가락이 움직이거나 감각이 느껴졌지만, 넓은 영역은 자극해도 눈에 띄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 부위들은 한때 '침묵하는 영역'으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이 영역들이 쉬는 곳이 아니라 판단, 계획, 언어처럼 복잡한 일을 맡는 곳이라는 게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로 콕 찔렀을 때 손가락처럼 뚜렷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뿐입니다.

용의자 5. '신경세포는 뇌세포의 10%'

혐의: 숫자가 비슷해서 헷갈림
조사 결과: 그 비율 자체가 틀린 것으로 밝혀짐

 

뇌에는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세포 말고도 이를 돕는 교세포가 있습니다. 한때 "교세포가 신경세포보다 10배 많다"는 설명이 교과서에까지 실렸고, 이것이 "뇌의 10%만 일한다"는 말과 뒤섞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뇌세포를 직접 세어 본 2000년대 이후 연구들에서 두 세포의 비율은 대략 1대1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교세포도 놀고 있는 세포가 아니라 뇌가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합니다.

알리바이 확인: 정말 90%가 놀고 있다면

용의자들을 다 조사했으니, 이제 속설 자체의 알리바이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뇌의 90%가 놀고 있다면 다음 사실들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뇌는 너무 비쌉니다. 뇌는 몸무게의 약 2%인데 몸이 쓰는 에너지의 약 20%를 씁니다. 90%가 놀고 있는 기관에 이만한 에너지를 쏟는 몸이라면,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겁니다.

 

뇌 촬영에서 꺼진 곳이 없습니다. 뇌의 활동을 찍는 영상에서는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뇌 전체가 활동합니다. 하는 일에 따라 더 바빠지는 곳이 달라질 뿐, 늘 꺼져 있는 90%는 없습니다.

 

어디를 다쳐도 문제가 생깁니다. 뇌졸중이나 사고로 뇌의 작은 부분만 다쳐도 말하기, 움직이기, 기억하기 같은 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90%가 여분이라면 대부분의 손상은 아무 영향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 속설은 살아남을까

캐나다의 심리학자 배리 베이어스타인(Barry Beyerstein)은 1990년대 이 속설의 출처를 추적한 끝에, 이 말이 없었다면 자기계발 업계가 비슷한 말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는 취지로 정리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쓰지 않은 90%가 있다"는 말은 듣기 좋고, 무언가를 팔기에도 좋습니다. 두뇌 개발 제품, 집중력 영양제, 잠재력 세미나의 첫 문장으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조금 다르고, 어쩌면 더 쓸모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뇌를 다 쓰고 있습니다. 더 나아지는 길은 잠든 90%를 깨우는 게 아니라, 이미 다 쓰고 있는 뇌를 어떻게 쓰느냐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덮고 떠올리는 공부처럼, 같은 시간을 더 잘 쓰는 방법들 말입니다.

추적에 쓴 자료

  • Beyerstein, B. L. (1999). Whence cometh the myth that we only use 10% of our brains? In S. Della Sala (Ed.), Mind Myths. Wiley.
  • Jarrett, C. Great myths of the brain: We only use 10 per cent. The Psychologist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
  • Dekker, S. et al. (2012). Neuromyths in education: Prevalence and predictors of misconceptions among teachers. Frontiers in Psychology, 3, 429.
  • Herculano-Houzel, S. (2002). Do you know your brain? A survey on public neuroscience literacy at the closing of the decade of the brain. The Neuroscientist, 8(2).
  • von Bartheld, C. S., Bahney, J. & Herculano-Houzel, S. (2016). The search for true numbers of neurons and glial cells in the human brain.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524(18), 3865–3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