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피라미드 글에서, 공부법 열 가지를 비교한 연구가 최고 등급을 준 방법 중 하나로 '꺼내 보기(인출 연습)'를 소개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데?"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 글은 그 답입니다. 왜 효과가 있는지는 짧게, 어떻게 하는지는 길게 적었습니다.
먼저 30초 요약: 왜 꺼내 보기인가
200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의 로디거(Roediger)와 카피키(Karpicke)는 대학생들에게 짧은 글을 공부하게 하면서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 네 번 읽기
- 세 번 읽고 한 번 떠올려 적기
- 한 번 읽고 세 번 떠올려 적기
5분 뒤 시험에서는 네 번 읽은 쪽이 가장 잘했습니다. 그런데 1주일 뒤에는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한 번 읽고 세 번 떠올린 쪽이 약 61%를 기억한 반면, 네 번 읽은 쪽은 약 40%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학생들의 예상입니다. 네 번 읽은 학생들은 자신이 1주일 뒤에도 더 잘 기억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다시 읽기는 공부가 잘 되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오래 남는 건 떠올리기라는 뜻입니다.
2011년 카피키는 블런트(Blunt)와 함께 꺼내 보기를 개념도 그리기와 비교했는데, 1주일 뒤 시험에서 꺼내 보기 쪽이 더 잘했습니다. 단순 암기 문제뿐 아니라 추론이 필요한 문제에서도 그랬습니다.
실천 1단계: 덮고 쓰기 (백지 복습)
가장 쉽고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 한 단원이나 강의 하나를 공부합니다.
- 책과 필기를 완전히 덮습니다. 화면도 끕니다.
- 백지에 기억나는 것을 전부 적습니다. 순서나 문장은 엉망이어도 됩니다.
- 다 적었으면 책을 펴고 빠진 것과 틀린 것을 다른 색 펜으로 채웁니다.
다른 색으로 채운 부분이 지금 내가 모르는 부분의 지도입니다. 다음 복습은 그 부분부터 하면 됩니다.
실천 2단계: 질문으로 바꿔 두기
공부하면서 중요한 내용을 질문 형태로 바꿔 적어 둡니다.
- "도파민은 언제 가장 크게 반응하는가?"
- "학습 피라미드의 숫자는 어디서 왔는가?"
필기 옆 여백이나 카드 앞면에 질문을, 뒷면에 답을 씁니다. 나중에 복습할 때는 질문만 보고 답을 떠올립니다. 공부하면서 질문을 만드는 것 자체도 내용을 한 번 더 소화하는 과정이 됩니다.
실천 3단계: 날짜를 띄워서 다시 꺼내기
꺼내 보기는 한 번으로 끝내지 않을 때 효과가 커집니다. 그리고 같은 날 몰아서 여러 번 하는 것보다 날짜를 띄워서 하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학습 피라미드 글에서 함께 소개한 '나눠서 하기'와 합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공부한 단원이라면 이렇게 해 볼 수 있습니다.
- 월요일: 공부 직후 백지 복습
- 수요일: 질문 카드로 다시 떠올리기
- 다음 주 월요일: 한 번 더 백지 복습
간격은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 시험 날짜에 맞춰 조절하면 됩니다. 핵심은 조금 잊어버릴 만할 때 다시 꺼내는 것입니다.
흔한 실수 세 가지
① 답을 먼저 보고 "아, 맞다" 하기
질문을 보자마자 답을 확인하면 꺼내 보기가 아니라 다시 읽기가 됩니다. 답을 보면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건 알아보는 것이지 떠올리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몇 초는 버티고 스스로 답을 말하거나 적은 다음에 확인하세요.
② 잘 떠오르는 것만 반복하기
잘 아는 카드만 넘기면 기분은 좋지만 남는 게 적습니다. 떠올리기 어려운 것, 틀린 것을 더 자주 꺼내야 합니다. 꺼내 보기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③ 틀린 것을 확인하지 않기
떠올리기만 하고 맞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잘못 기억한 내용이 그대로 굳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책이나 답을 보고 맞춰 보세요.
시간이 없을 때의 최소 버전
이 모든 게 번거롭다면, 딱 하나만 하세요.
공부를 마치기 전 3분, 책을 덮고 오늘 배운 것을 적어 보기.
다시 읽기에 쓰던 시간을 이 3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같은 공부 시간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필기 방법에 관한 손필기 vs 노트북 글에서도, 결국 필기의 효과를 가른 건 나중에 다시 꺼내 보느냐였습니다.
이 방법의 근거
- Roediger, H. L. & Karpicke, J. D. (2006). Test-enhanced learning: Taking memory tests improves long-term re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 Karpicke, J. D. & Blunt, J. R. (2011). Retrieval practice produces more learning than elaborative studying with concept mapping. Science, 331(6018), 772–775.
- Dunlosky, J. et al. (2013). Improving students' learning with effective learning techniqu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4(1),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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