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습관

시험 전날 밤샘, 정말 남는 장사일까 —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뇌에서 벌어지는 일

thinknavi 2026. 10. 7. 09:32

시험 전날 밤 11시. 범위의 절반이 남았습니다. 잠을 줄이면 남은 절반을 볼 수 있습니다.

 

산수로만 보면 밤을 새우는 쪽이 이득입니다. 공부 시간이 몇 시간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뇌의 입장에서 그 밤을 따라가 보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시험 전날 밤을 시간 순서대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밤 11시 — 오늘 낮에 본 것들은 아직 굳지 않았습니다

오늘 낮에 공부한 내용은 지금 뇌 속에서 아직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새로 들어온 기억은 처음엔 쉽게 흐트러지고, 시간이 지나며 굳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찰은 꽤 오래됐습니다. 1924년 미국 코넬 대학의 젠킨스(Jenkins)와 달렌바흐(Dallenbach)는 참가자들에게 의미 없는 음절을 외우게 한 뒤, 같은 시간이 지나도 깨어 있었던 경우보다 잠을 잔 경우에 더 많이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참가자가 두 명뿐인 작은 실험이었지만, 이후 수많은 연구가 같은 방향의 결과를 냈습니다.

 

2010년 독일 뤼베크 대학의 디켈만(Diekelmann)과 보른(Born)은 이런 연구들을 정리하며, 잠자는 동안 뇌가 낮에 들어온 기억을 다시 꺼내 보며 오래 가는 형태로 옮겨 담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밤을 새우면 오늘 낮에 공부한 내용도 이 정리 과정을 건너뛰게 됩니다.

새벽 3시 — 지금 넣는 내용은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밤샘의 진짜 목적은 남은 범위를 새로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 문제가 있습니다.

 

2007년 미국 하버드 의대의 유(Yoo)와 매슈 워커(Matthew Walker) 등 연구팀은 참가자 일부를 하룻밤 재우지 않은 뒤 새로운 사진들을 외우게 했습니다. 잠을 잔 사람들과 비교하자, 밤을 새운 사람들은 새 기억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뇌 부위(해마)의 활동이 뚜렷하게 떨어져 있었고, 나중에 기억해 낸 양도 적었습니다.

 

즉 밤샘은 낮에 공부한 것을 굳히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밤새 새로 넣는 것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부하게 만듭니다. 늘어난 공부 시간이 생각만큼 머리에 남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침 7시 —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밤을 새운 다음 날 아침,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끼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1997년 미국의 필처(Pilcher)와 월터스(Walters)는 대학생 44명을 두 무리로 나눠, 한 무리는 24시간 깨어 있게 하고 다른 무리는 평소처럼 자게 한 뒤 비판적 사고력 시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밤을 새운 무리는 시험 점수가 더 낮았습니다. 그런데 스스로는 더 집중했고, 더 노력했고, 점수도 더 잘 나왔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밤을 새운 머리는 수행이 떨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떨어졌다는 사실을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밤새워도 멀쩡했다"는 경험담이 계속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 모릅니다.

아침 9시 — 그래서 시험장에서는

정리하면, 시험장에 앉은 밤샘 공부자는 이런 상태입니다.

  • 전날 낮에 공부한 내용은 잠의 정리 과정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 밤새 넣은 내용은 처음부터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본인은 컨디션이 괜찮다고 느낍니다.

 

늘린 공부 시간이 모두 손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잠을 줄인 만큼 점수가 오른다"는 산수는 뇌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럼 시험 전날 밤엔 어떻게 할까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자는 시간을 공부 시간에서 빼지 마세요. 잠은 공부를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낮에 한 공부를 저장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범위가 남았다면 밤을 새우기보다 일찍 일어나는 쪽이 낫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새 범위보다 핵심을 한 번 더 꺼내 보세요. 덮고 떠올려 본 내용은 잠이 정리할 재료가 됩니다. 꺼내 보기의 효과는 학습 피라미드 글에서 다뤘습니다.

 

다음 시험부터는 밤샘이 필요 없게 나눠서 하세요.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같은 공부를 여러 날에 나눠, 그 사이사이 잠이 정리할 기회를 여러 번 주는 것입니다.

함께 본 연구

  • Jenkins, J. G. & Dallenbach, K. M. (1924). Obliviscence during sleep and waking.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35(4), 605–612.
  • Pilcher, J. J. & Walters, A. S. (1997). How sleep deprivation affects psychological variables related to college students' cognitive performance. Journal of American College Health, 46(3).
  • Yoo, S.-S., Hu, P. T., Gujar, N., Jolesz, F. A. & Walker, M. P. (2007). A deficit in the ability to form new human memories without sleep. Nature Neuroscience, 10, 385–392.
  • Diekelmann, S. & Born, J. (2010). The memory function of sleep.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1, 114–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