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습관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만 둬도 집중력이 떨어질까 — '브레인 드레인' 연구, 찬반 증거를 저울에 올려 봤습니다

thinknavi 2026. 10. 3. 10:23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휴대폰은 어디에 있나요? 손에 들려 있거나, 책상 위에 엎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7년에 나온 한 연구는 이 질문을 꽤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휴대폰을 쓰지 않고 그냥 옆에 두기만 해도 머리가 덜 돌아간다는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공부할 땐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라"는 조언의 단골 근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지지하는 증거와 흔드는 증거가 모두 쌓여 있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들으면 판단이 기울기 쉬우니, 양쪽을 따로 모아 저울에 올려 보겠습니다.

먼저, 원래 실험은 이랬습니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에이드리언 워드(Adrian Ward) 연구팀은 약 8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두고 세 곳 중 한 곳에 놓았습니다.

  • 책상 위에 화면이 아래로 가게 엎어 두기
  • 주머니나 가방 안에 넣기
  • 다른 방에 두고 오기

 

그리고 머릿속에 정보를 잠깐 붙잡아 두고 처리하는 능력(작업기억)과 처음 보는 문제를 푸는 능력을 재는 과제를 풀었습니다. 결과는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둔 사람들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책상 위에 둔 사람들이 가장 낮았습니다. 알림 한 번 울리지 않았는데도 그랬습니다. 휴대폰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차이가 컸습니다.

 

연구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으려고 참는 데에도 머리의 일부가 쓰이고, 그만큼 눈앞의 과제에 쓸 여유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치워라" 쪽의 증거

원래 실험의 규모가 작지 않았습니다. 약 800명은 이 분야에서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연구를 모은 분석 하나가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2023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의 뵈트거(Böttger) 연구팀은 관련 연구 22건을 모아 분석했고, 휴대폰이 옆에 있으면 인지 수행이 떨어지는 효과가 전체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기억과 주의력 쪽이 더 영향을 받았습니다.

 

가장 엄격한 분석에서도 한 가지는 살아남았습니다. 202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의 데이비드 패리(David Parry)는 연구 56건, 7,000여 명을 분야별로 나눠 다시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능력에서는 효과가 사라졌지만, 작업기억 하나에서는 휴대폰이 옆에 있을 때 점수가 떨어지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남았습니다.

"상관없다" 쪽의 증거

똑같이 다시 해 보니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2022년 캐나다 웨스턴 대학의 루이스 파르도(Ruiz Pardo)와 민다(Minda)는 원래 연구의 두 번째 실험을 미리 계획을 공개해 둔 채 그대로 다시 했습니다. 휴대폰을 어디에 두었든 점수 차이가 없었습니다.

 

더 넓게 모으면 효과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2024년 싱가포르의 하르탄토(Hartanto) 연구팀은 연구 33건에서 나온 결과 166개를 모았습니다. 작업기억, 주의 유지, 읽기, 수학 등 여러 능력을 합쳐 본 결과 효과 크기는 거의 0(d = -0.02)이었고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연구 대부분이 너무 작았습니다. 메타분석 연구자들은 이 분야 연구 상당수가 효과를 제대로 잡아내기엔 참가자 수가 부족했다고 지적합니다. 작은 연구 여러 개에서 우연히 나온 결과가 쌓이면, 실제보다 효과가 커 보일 수 있습니다.

저울에 올려 보면

양쪽을 나란히 놓으면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휴대폰이 옆에 있으면 머리 전체가 둔해진다"는 강한 버전은 지금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재현 실패와 효과 0에 가까운 메타분석이 있고, 연구 규모 문제도 있습니다.

 

"머릿속에 정보를 붙잡아 두는 능력이 조금 방해받을 수 있다"는 약한 버전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분석에서도 작업기억 쪽 효과는 남았기 때문입니다.

 

메타분석끼리 결론이 엇갈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떤 연구를 포함하고, 어떤 능력을 한데 묶느냐에 따라 작은 효과는 보였다 안 보였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치울까, 말까

여기서 판단을 가르는 건 연구 결과보다 비용입니다.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습니다. 효과가 작거나, 작업기억 한 가지에만 있더라도 잃을 게 없는 선택입니다. 게다가 이 연구들은 "알림이 꺼진 휴대폰이 그냥 놓여 있을 때"만 잰 것입니다. 실제로는 휴대폰이 옆에 있으면 알림이 오고, 손이 가고, 한 번 열면 몇 분이 사라집니다. 도파민 글에서 다룬 것처럼, 휴대폰의 진짜 문제는 놓여 있는 것보다 손이 가는 순간에 있습니다.

 

다만 "휴대폰이 보이기만 해도 뇌가 망가진다"는 식의 겁주는 말은 걸러 들어도 됩니다. 연구가 말하는 건 그보다 훨씬 작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작고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도, 비용이 0원이라면 걸어 볼 만한 쪽은 분명합니다.

참고한 연구

  • Ward, A. F., Duke, K., Gneezy, A. & Bos, M. W. (2017). Brain drain: The mere presence of one's own smartphone reduces available cognitive capacity. 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 2(2), 140–154.
  • Ruiz Pardo, A. C. & Minda, J. P. (2022). Reexamining the "brain drain" effect: A replication of Ward et al. (2017). Acta Psychologica.
  • Böttger, T., Poschik, M. & Zierer, K. (2023). Does the brain drain effect really exist? A meta-analysis. Behavioral Sciences, 13(9), 751.
  • Parry, D. A. (2024). Does the mere presence of a smartphone impact cognitive performance? A meta-analysis of the "brain drain effect". Media Psychology, 27(5).
  • Hartanto, A. et al. (2024). The effect of mere presence of smartphone on cognitive functions: A four-level meta-analysis. Technology, Mind, and Behav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