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7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할까 — 유전자, 나이, 학교 시간 실험이 말하는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2003년 무렵 한국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메시지였고, 새벽 기상 모임과 '미라클 모닝' 같은 유행이 그 뒤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에는 머리가 멍하고, 밤이 되어야 정신이 또렷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의지가 약한 걸까요. 연구는 이 질문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나눠서 봅니다.바꾸기 어려운 것 ① 유전자사람마다 잠들고 깨기 편한 시간대가 다른데, 이것을 '크로노타입(생체 시간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2019년 영국 엑서터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약 7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아침형·저녁형 경향과 관련된 유전자 위치를 351곳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유전적..

뇌와 습관 2026.10.16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착각 — 지금 1분만 이 실험을 해 보세요

설명보다 실험이 빠를 것 같습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휴대폰 타이머를 준비해 주세요. 1분이면 됩니다.지금 해 보는 실험1회차. 타이머를 켜고 아래 두 줄을 한 줄씩 차례로 씁니다.첫 줄: 1 2 3 4 5 6 7 8 9 10둘째 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다 쓰면 타이머를 멈추고 시간을 적어 둡니다. 2회차. 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번갈아 가며 씁니다.1 가 2 나 3 다 4 라 … 이렇게 숫자 하나, 글자 하나씩 10번째까지. 역시 시간을 잽니다. 해 보셨다면 거의 틀림없이 2회차가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쓰는 글자 수는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하나, 두 가지 일을 오가는 횟수뿐입니다. 아마 중간에 "다음이 '라'였나 '마'였나" 하고 멈칫한 순간도 있었을 겁니다. 방금 몸으로 느낀 ..

뇌와 습관 2026.10.15

일주일만 알림을 꺼 봤더니 — 실험 세 개로 설계한 '알림 끄기 7일' 따라 하기

회의 중에 주머니 속 휴대폰이 한 번 짧게 울립니다. 꺼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이미 "누구지?"가 떠 있고, 방금 들은 말의 끝부분은 놓쳤습니다. 이 짧은 순간을 실험실에서 잰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 실험 세 개를 바탕으로, 혼자서도 해 볼 수 있는 일주일짜리 알림 끄기 실험을 짜 보았습니다. 연구 결과를 먼저 짧게 보고, 그다음 실험 설계로 넘어가겠습니다.연구자들이 해 본 것실험 1. 알림은 보지 않아도 방해한다.2015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스토사트(Stothart)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시키는 동안 그들의 휴대폰으로 알림을 보냈습니다.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만지지도,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알림을 받은 사람들의 실수가 늘었습니다. 알림 소리나 진..

뇌와 습관 2026.10.13

"사람 집중력 8초, 금붕어보다 짧다"는 그래픽 — 한 줄씩 출처를 확인해 봤습니다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그래픽이 있습니다.2000년 사람의 집중 시간: 12초2013년 사람의 집중 시간: 8초금붕어의 집중 시간: 9초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이 금붕어만도 못하게 됐다는 이 비교는, 강연과 기사와 마케팅 자료에 지금도 자주 등장합니다. 출처로는 대개 '마이크로소프트 연구'가 붙습니다. 이 그래픽을 한 줄씩 확인해 보겠습니다.출처 칸: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이 숫자들이 널리 퍼진 계기는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가 낸 광고 업계용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는 실제로 이 세 숫자가 담긴 그래픽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그래픽의 출처 표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었습니다. '스태티스틱 브레인(Statistic Brain)'이라는 통계 모음 웹사이트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한 조사는..

뇌와 습관 2026.10.11

뽀모도로 25분에 근거가 있을까 — 3년 동안 나온 실험 세 편의 결과가 모두 달랐습니다

25분 공부하고 5분 쉬기. 이것을 네 번 반복하면 조금 길게 쉬기. 공부 앱과 유튜브 '같이 공부해요' 영상에서 가장 흔한 규칙, 뽀모도로 기법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대학생 프란체스코 치릴로(Francesco Cirillo)가 토마토 모양 주방 타이머로 공부 시간을 재던 데서 시작했습니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라는 뜻입니다. 이 기법을 권하는 글에는 보통 세 가지 주장이 따라붙습니다. 하나씩 연구와 맞춰 판정해 보겠습니다.주장 ① "25분은 집중력이 유지되는 과학적 최적 시간이다"판정: 근거 없음 25분은 실험에서 찾아낸 숫자가 아닙니다. 치릴로 본인이 2분부터 1시간까지 여러 길이를 직접 시험해 보다가, 자신에게 맞는 길이로 고른 것입니다.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숫자이고, ..

공부법의 과학 2026.10.04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만 둬도 집중력이 떨어질까 — '브레인 드레인' 연구, 찬반 증거를 저울에 올려 봤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휴대폰은 어디에 있나요? 손에 들려 있거나, 책상 위에 엎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7년에 나온 한 연구는 이 질문을 꽤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휴대폰을 쓰지 않고 그냥 옆에 두기만 해도 머리가 덜 돌아간다는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공부할 땐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라"는 조언의 단골 근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지지하는 증거와 흔드는 증거가 모두 쌓여 있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들으면 판단이 기울기 쉬우니, 양쪽을 따로 모아 저울에 올려 보겠습니다.먼저, 원래 실험은 이랬습니다미국 텍사스 대학의 에이드리언 워드(Adrian Ward) 연구팀은 약 8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뇌와 습관 2026.10.03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틀린 이유 — 문제는 양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나 도파민 중독인가 봐." 요즘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원인을 잘못 짚고 있습니다. 중독이라고 믿으면 끊으려 들고, 끊으려 들면 앱을 지웠다가 며칠 만에 다시 설치하게 됩니다. 지워도 소용없었던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원인을 잘못 짚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도파민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숏폼을 끊기 어려운지, 그리고 참는 것보다 쉬운 방법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이 글은 일상적인 습관에 대한 교양 정보입니다.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조절이 어렵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1. 도파민은 '쾌락 물질'이 아닙니다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도파민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 순간은 보상을 받을 때가 아니라 그 직전, 즉 무언가를 기대할 때입니다. 숏폼으로 옮..

뇌와 습관 2026.09.26